Saturday, January 29, 2011

병/ 病



세상의 어느 누가 아파 하고 싶겠는가? 
세상의 어느 누가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싶어 하겠는가? 

거즘 1달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새해를 가뿐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던 나의 바램과는 달리, 1월의 첫주부터 뭔가가 잘 맞아 들어가지 않았다.
날씨의 비협조는 언급할 필요도 없이, 신랑의 바쁜 스케줄로 인해 거의 나 혼자 살림과 육아를 담당해야 했던 4주였다. 혼자서 살림과 육아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대해 불만은 가진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마음 먹고 있었던 것이고, 해야 할 일이라면 즐겁게 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다.
허나, 체력이 점점 약해지면서 마음도 덩달아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미리 정해진 스케줄을 시행하고자 차앞유리창을 뒤덮을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도  운전을 하고 다녀야했다. 초보운전임을 자각하면서, 게다가 나보다 더 소중한 내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상황에서 눈길 운전은 절대 쉬운 조건이 아니였다.
3주전 눈이 쉬지 않고 펑펑 쏟아지던 날에,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운전을 하고 다녔던 날의 후유증은 2주가 넘게 지속됐다. 오른쪽 어깨와 목 근육이 쉽게 몸을 쉽게 움직이지 못할 만큼의 고통을  남겼다. 목과 어깨의 신경통이 너무 심해 잠자는 동안에도 몇번이나 깨어나 다시 잠을 청했는지 모른다. 오죽했으면 마사지와 부항을 뜨러갔겠는가?
몸이 아프니 세상의 모든 것들이 철침 위에 놓인듯해보였다. 심지어 내 아이의 앙증맞은 재롱도 그다지 마음에 닿지가 않은게, 정말 내 자신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아프다해도 내 자신외의 다른 사람이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을 알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알 방법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아파서 누워만 있다거나, 가까운이들이 내 상황을 이해해서 내 편의를 봐 주겠지 하는 안의한 생각은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타향에서 살면서, 주위에 가족과 친척이 없는 환경에서 오랫동안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배운 것이있다면, 몸이 아파도, 마음이 아파도 남한테 의지 할 수 없고, 남한테 기대를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내가 아프면 내 자신이 최선을 다해 치유를 해야 하고,  그 아픔의 강도가 세고, 기간이 길어도 그 것을 참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깨, 목 신경통이 어느정도 가라앉을만하니 독감이 찾아왔다. 목이 칼칼하면서 코가 맹맹하더니 바로 그 다음날 온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몸살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감기엔 잘 먹고, 잘 쉬고, 잠을 잘 자야한다는 일반설에 따라 입맛이 없어도 억지로 음식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약을 먹고, 있는 힘을 다해 감기를 이겨내려 했다.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는게 나의 현실이었다.
 다행이도 운전을 하고 다니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다니는 것은 그 전과 천지차이의 변화이긴 했다. 내가 운전해서 한국마트에 가 육개장과 쌍화탕을 사왔다. 얼큰하고 뜨거운 육개장에 밥을 말아 먹고 나니 벌써 한결 몸이 가뿐해 진 것 같았고, 쌍화탕을 중탕으로 뎁혀서 먹으니 마치 한국 엄마집에서 병치레를 하는 것 같이 마음만큼은 따뜻해졌다.
 그 몇 년 전, 유선염이 있고 감기가 걸려도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려면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신랑의 눈치를 봐 가면서 조심스럽게 부탁했던 것이다. 자주적인 내 성격이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에 너무나 자존심도 상하고, 서글펐던..자주 떠올리고 싶지 않은..그런 날들이 있었다.

 오기로, 억지로 감기를 이겨내고자 하니,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감기가 생각보다 빨리 떨어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딸의 체온이 올라가고 숨이 가파르기 시작하더니 독감에 걸리고 말았다. 물론 밖에 다니면서 독감 바이러스에 걸렸을 확률도 높지만, 왠지 내 독감이 딸의 감기의 주원인인것 같아 어찌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하루에도 제 3끼를 꼬박꼬박 챙겨먹고, 그 중간의 한시간마다 간식을 달라고 꿀꿀 대는 우리 딸이 음식에는 입도 대지 않고, 몸이 축쳐져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그 것만큼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도 없었다.
 차라리 방방대면서 뛰어다니던 그 딸이 훨씬 낫다는 엄마의 말이 내 귀에서 맴 돌았다.
어제 밤엔 딸의온 몸이 불덩이같이 뜨거워, 숨을 쌕쌕 거리는게 아닌가? 그 열기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나에게 계속 열을 식혀달라고 울부짓는 딸아이를 두고 어찌 잠을 제대로 잤겠는가?


 엄마가 되어서부터는 모든 것이 나 자신보다는 내 자식과 내 가족 중심으로 돌아간다. 엄마가 되어서내 자신을 찾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위치해 있는 이 상황에서 어긋나는 생각인가 하는 생각도 가끔씩 든다. 그를 증명하듯이, 몸이 아파도 내 자신의 쾌유보다는 가족의 안위를 우선으로 생각해야하기에 나의 안위를 뒤로 하고, 자식이 아프면 내가 아프다는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식이 이런 나의 노력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다. 자식에게 향하는 마음은 거짓없는 자연스러운 마음 그 자체이고 되돌려 받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내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고, 즐겁게 하루 하루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의 마음과 똑같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 같이 잠옷을 입고 하루종일 뒹굴뒹굴 구르는 날은 어쩌면 금쪽같은 시간일 지도 모른다. 우리의 독감증세가 빨리 낫기를 바라는 동시에, 딸아이를 내 품에 꼭 안고 지내면서 이 작은 생명체의 체온을 내 체온에 가깝게 느껴보는 것도 간만인 것이다. 갓난 아기일땐 항상 내 몸에 밀착해서 데리고 다녔지만, 점점 커가면서 이렇게 가슴팍에 꼭 안아 본 적이 드문 것 같다.
 비록 아파서 이런 깨달음을 얻었지만, 이 깨달음도 소중하고 중요한 것임이 분명하다.
결국엔, 건강한 날이던, 아픈날이던, 행복한 날이던, 슬픈 날이던, 고요한 날이던, 폭풍이 몰아치는 날이던, 이 모든 날에는 항상 배우고 느낄점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배움과 깨달음이 모여서 내 인생의 질을 더 부유하게 만드는 것에 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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